피아비 선수는 또 한국에 좋아하는 일을 찾을 기회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캄보디아도 한국처럼 20살 전에 12년간 학교에 다니도록 돼 있지만 세자매의 장녀 피아비는 7학년에 학교를 그만뒀다. 학교에 가려면 왕복 60㎞ 거리 비포장도로를 자전거로 오가야 했다. 공부해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도 있었지만 가족들이 농사를 지어 버는 돈은 1년치 생활비에 그쳤다. 공부를 포기했다.
한국에 온 첫해 남편의 인쇄소 컴퓨터로 '캄보디아'를 검색해보고 현실을 알게 됐다. 남편은 캄보디아 아이들 사진 아래 '나는 이들을 위해 살 것이다'라는 문구를 적어 벽면에 걸어줬다. 벌이가 생긴 뒤로는 개인적으로 기부하다가 아예 '피아비 한·캄 사랑' 재단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봉사하고 있다. 형편이 안 좋은 사람을 먼저 챙기다 보니 부모에게 좋은 집을 지어주겠다는 결혼 전 목표는 뒷순위로 밀렸다. 피아비 선수는 "아버지가 서운해하기도 한다"며 "대신 아버지랑 같이 봉사에 가자고 한다"고 했다.
피아비 선수처럼 성공한 결혼이주여성은 아직 국내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그러나 그를 따라 당구에서 기회를 찾는 이들도 생겼다. 캄보디아에서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와 귀화한 한은세 선수는 지난 16일 2024-25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LPBA 챔피언십'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피아비가 다문화 당구선수 지망생과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당구 레슨을 열기도 했다.
피아비 선수는 "가난한 나라에서 결혼 때문에 한국에 왔냐는 말을 듣거나 낯설어하는 눈빛에 조용해지고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식당, 공장, 농사 일을 하며 아기 낳고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운도 좋았고 노력하니 선수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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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남편 김만식씨와 스롱 피아비의 결혼식. /사진제공=피아비한캄사랑 |